세상에 영원한 인기는 없다.
패션, 예술, 음악, 먹거리... 등 지금도 수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것들이 유행하고, 또 사라진다.
공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소위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장소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매번 달라지곤 한다.
힙' 찾아 '로컬'에 모이는
MZ 세대가 말하는 핫플레이스
핫플레이스는 한 시대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아주 재미있는 단어이다.
변화하는 핫플레이스를 보고 있노라면,
그 시대의 사회상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가령 과거에는 모직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 곧 핫플레이스였다.
강남이나 압구정 등의 번화가나 지역 상권이 몰린 역세권처럼 말이다.
하지만 요즘 핫플레이스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힙'스러움을 중요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핫플레이스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 MZ세대는 개성이나 비주류를 지향하기 때문에 '희소성'이 부각되거나 그들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보유한 이색적인 장소를 핫플레이스라고 여긴다.
'로컬콘텐츠' MZ세대가 열광하는 새로운 핫플레이스
이에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중 하나가 바로 '로컬'이다. 흔히 로컬이라 하면, 가장 먼저 지역 특산품이나 유명 관광명소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요즘 MZ 세대가 열광하는 로컬은 조금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그들이 말하는 로컬은 공간은 물론, 패션, F&B 등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영역을 뜻한다. 쉽게 말하자면, 지역 정체성과 스토리를 겸비한 독특한 로컬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가령 파리바게뜨의 '행복 상생 프로젝트'를 떠올려 보자. 파리바게뜨는 일부 로컬에서만 한정적으로 판매하는 지역별 샌드 시리즈를 만들었다. 국내 IT산업을 대표하는 판교에는 흔히 두뇌 회전에 좋다고 알려진 호두를 활용한 '판교 호감 샌드'를, 제주도에는 제주도 특산물인 우도 땅콩이 가득 담긴 '제주 마음 샌드', 가평은 가평 잣이 함유된 '가평 맛남 샌드' 등 지역 특산물이나 지역 이미지가 묻어나는 독특한 상품을 출시했다. 특히 제주도 일부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제주 마음 샌드'는 빵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방문하지 않으면 구경조차 할 수 없기에 제주도 방문 시 반드시 사야 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햄버거 브랜드 '맥도날드' 역시 일찌감치 로컬 트렌드를 캐치하고 로컬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햄버거를 선보였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취지로 경남 창녕군과 협약을 맺어 지역
특산물인 마늘을 넣은 '창녕 갈릭 버거'와 전남 보성의 녹차 농가 및 충청 지역의 양돈 농가와 협업한 '보성 녹돈 버거’가 그 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수제 맥주' 시장도 생산 지역을 강조하면서 로컬 이미지를 표방하고 있다. 2014년, 부산 광안리에 오픈한 국내 최초 미국식 수제 맥주 양조장 '갈매기 브루잉'은 오랜 양조경험을 보유한 캐나다·미국·스코틀랜드 수제맥주 전문가들이 모여 '부산라거', '갈매기 IPA' 등 부산의 로컬 이미지를 활용한 감각적인 수제 맥주를 선보여 단숨에 지역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춘천에 위치한 '감자 아일랜드'는 강원도 대표 특산물인 감자가 함유된 '포타페일에일', 춘천의 명물 닭갈비와 어울리는 '닭갈비어' 등을 출시, MZ세대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MZ 세대가 열광하는 로컬 콘텐츠는 비단 식품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패션부터 일상 소품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로컬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다. 가령 대구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편집샵 '이플릭'은 대구의 지역명을 활용한 로고를 중심으로 지역번호 '053'을 디자인적 요소로 삽입한 티셔츠를 매년 발매 중이다. 대구 시내에 위치한 작은 편집샵이지만, 대구라는 지역을 상징하는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핫플레이스가 된 사례이다.
부산 로컬관광 굿즈와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 '부산슈퍼'도 마찬가지이다. 부산을 상징하는 수산물 시장과 특유의 레트로 무드 덕분에 팝업스토어를 개장할 때마다 수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이곳은 지난 2021년 영도 전통시장인 봉래시장 입구에서 첫 번째 팝업을 열었고, 작년에는 부산역 인근의 부산 여행 라운지와 성수동에서 팝업을 이어 나갔다.